‘역사를 바꾼 별난 직업 이야기’(신현배 글ㆍ이소영 그림ㆍ가문비어린이) 중, 조선 후기 사람들은 오늘날의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세책점'에서 책을 빌려봤습니다. 특히 한글로 쓰인 소설이 부녀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수호전' '서유기' '삼국지' 등 한글로 번역된 중국 소설을 비롯해 '사씨남정기' '장화홍련전' 등 한글로 된 소설은 없어서 못 볼 정도였습니다. 조선 시대 생겨난 '책비'와 '전기수'는 이렇게 재미난 책을 대신 읽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세책점은 조선 후기에 돈을 받고 책을 빌려 주던 곳입니다. 오늘날의 도서 대여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책점은 가난한 선비들이 생계가 어려워지자 밥벌이를 하려고 처음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글 소설책을 사다 베낀 뒤 책을 매고, 책장마다 들기름을 발라 찢어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세책점에서 계산방법으로는 놋뚜껑이나 그릇 등을 담보로 잡고 책을 빌려 줬습니다. 돈은 책을 돌려받을 때 받았다고 합니다. 책을 빌려가는 계층은 양반·평민·노비 등 다양했습니다. 당시 세책점은 한양에만 있었습니다. 시골로 시집간 서울 여성들이 친정에 왔다가 많이 빌려 봤다고 합니다. 친정집에 며칠씩 묵으면서 소설 읽기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18세기에 세책점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학자 이덕무는 '부녀자들이 집안일을 게을리하면서 소설을 빌려 읽느라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 그들이 소설 읽는 것을 막아야 한다.'이런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녀자의 소설 읽기 열풍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특히 세책점 소설은 부잣집이나 사대부 집안의 여인에게까지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들은 '책비'라고 불리는 말 잘하는 여종을 시켜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바꿔 가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오늘날 book -리더기가 대신하고 있지요?
책비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 머리맡에 '짠보'라는 수건을 두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슬픈 대목이 나오면 사대부 집안의 여인에게 미리 알려 주고 여인들은 이야기를 듣다 눈물이 나면 '짠보'수건으로 닦았습니다. 수건을 많이 쓸수록 책 읽어 주는 값이 더 올라갔다고 합니다. <궁중에서는 편지를 전하는 여종을 전갈비자라고 했다고 합니다.> 세책점은 근대에 접어들어 값싼 방각본 소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길거리에서 돈을 받고 이야기책을 읽어 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전기수’라고 합니다. <심청전>ㆍ<숙향전> 등의 전기소설(傳奇小說)을 읽어 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전기수는 시장ㆍ다리 밑ㆍ길거리ㆍ담뱃가게 앞 등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 청중들에게 소설을 낭독했습니다. 물론 줄줄 외워서 혼자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내며 억양과 감정을 섞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영조와 정조 때 문학가인 조수삼의 <추재집>에는 전기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동대문 밖에 <숙향전>ㆍ<심청전> 등의 전기소설을 구성지게 잘 들려주는 전기수가 살았습니다. 솜씨가 좋아 청중들은 빙 둘러싼 채 전기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전기수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흥미진진한 대목에 이르면 갑자기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면 청중들은 다음 대목이 궁금해서 너도 나도 돈을 던집니다. 그제야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청중들에게 궁금증을 일으켜 돈을 버는 이런 수법을 ‘요전법’이라고 합니다. 전기수는 요전법을 능란하게 쓰는 전문적인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정조 때는 전기수가 얼마나 실감 나게 이야기를 잘하는지 <임경업전>을 듣던 남자가 임경업 장군이 죽임을 당하는 대목에 이르자, 흥분하여 전기수를 담배 써는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종로 담뱃가게 앞에서 일어났다는 ‘전기수 살해 사건’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전기수나 책비처럼 솜씨 좋은 이야기꾼이 많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은 TV. 라디오. 유튜버. 북 리더기가 대신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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