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삼짇날은 음력 3월 3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의 하나였다. 이날을 ‘강남갔던제비오는날’이라고도 하며, 삼질(삼짇날의 준말), 삼샛날 또는 여자의 날이라고 합니다. 한자어로는 삼중일(三重日), 삼진일(三辰日), 상사일(上巳日), 상제(上除), 원사일(元巳日), 중삼일(重三日), 답청절(踏靑節), 계음일(禊飮日) 같은 이칭이 있습니다. 양의 수가 겹치는 삼짇날은 파릇파릇한 풀이 돋고 꽃들이 피어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그래서 이날은 봄에 걸맞은 모든 놀이와 풍속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자의 날
삼짇날을 달리 부르는 말로 특히 여자들의 행사에 중심을 두고 이날을 여자의 날이라고 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진천(鎭川) 풍속에 3월 3일부터 4월 8일까지 여자들이 무당을 데리고 우담(牛潭)의 동서 용왕당과 삼신당으로 가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물이 흐르듯 소담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다투어 머리를 감기도 합니다. 경남에서는 부녀자들이 이날 절에 가서 삼짇불공을 드립니다. 전북에서는 부녀자들이 음식을 장만하여 일정한 장소에 가서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무당들에게 가서 치성을 드리고 굿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경북에서는 이날 여자들이 진달래꽃을 꺾어 조왕단지 앞에 꽂아두고 농사의 풍년과 해충의 예방을 빌기도 합니다. 이날에는 진달래꽃을 뜯어다가 쌀가루에 반죽하여 참기름을 발라 전을 만들어 먹는데, 이것을 ‘화전’이라 합니다.
삼월 삼짇날은 9월 9일에 강남 갔던 제비가 옛집을 찾아와서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치며, 나비도 날아듭니다. 마른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고 산과 들에 푸르고 붉은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삼짇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놀러 가는데, 이를 화류놀이라 합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화전놀이, 꽃놀이 또는 꽃다림이라고 하며, 대개 늙은이는 늙은이들끼리, 젊은이는 젊은이들끼리, 부인들은 부인들끼리 무리를 지어 가서 화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먹고 하루를 즐깁니다. 고시조에 “낙양 삼월시에 곳곳이 화류로다. 만성춘광이 그림에 들었세라. 아마도 당우세계(唐虞世界)를 다시 본 듯 하여라.”라고 읊은 것이 있습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날 절에 가서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기도 합니다.
3월을 노래한 사친가(思親歌)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 있습니다.
연자(燕子)는 날아들어 옛집을 찾아오고
호접(胡蝶)은 분분하여 구색을 자랑한다.
백마금편(白馬金鞭) 소년들은 화류춘풍(花柳春風)
흥을 겨워
쌍을 지어 노닐 적에 산화작작(山花灼灼)
난만개(爛漫開)라.
슬프도다 세월이여 애오생지(哀吾生之) 가린하나
탄광음지(嘆光陰之) 여류로다.
슬프도다 우리 부모 답청절(踏靑節)을 모르시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보면, 조선 중엽 이후에는 많은 유생들이 삼월 삼짇날에 시제(時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삼월삼짇날 놀이
봄에는 다양한 놀이와 행사들이 펼쳐진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여자아이들은 물곳(물넝개) 풀을 뜯어서 대나무 쪽에다 풀 끄트머리를 실로 매고, 머리를 땋아 가느다란 나무로 쪽을 찌고 헝겊조각으로 노랑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만들어 입혀서 각시 모양의 인형을 만듭니다. 요, 이불, 베개, 병풍을 차려놓고 인형놀이를 하는데, 이것을 각시놀음이라 한다. 사내아이들은 나뭇가지에 물이 오를 때쯤 되면, 버드나무나 미루나무 가지를 꺾어 비틀어서 뽑아 속뼈는 내버리고 껍질로 피리를 만들어 불고 다니면서 논다. 북청 지역에서는 “앵앵 울어라 너의 어미 죽어서, 부모가 왔다 앵앵 울어라.”라고 노래 부르며, 옹진 지역에서는 “피리야 피리야 늴늴 울어라, 너의 어머니는 소금맞이 갔다가 소금물에 빠져 죽었다.”라고 노래를 부르며 피리를 붑니다.
이때를 전후하여 경로회를 베풀어 노인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보면, 강릉 풍속에 노인을 공경하여 매년 좋은 계절을 당하면,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청해서 명승지로 모셔서 위로합니다. 이를 청춘경로회(靑春敬老會)라 한다. 비록 종에 속한 천한 사람일지라도 70세가 된 사람은 모두 모임에 나오도록 합니다.
삼짇날에는 전국 각지에서 한량들이 활터에 모여 편을 짜 활쏘기대회[弓術會]를 합니다. 활을 쏠 때는 기생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한량들 뒤에 나란히 서서 소리를 하여 활 쏘는 이의 기운을 북돋워줍니다. 그리고 화살 다섯 개가 과녁에 바로 맞으면 기생들은 북을 울리고 “지화자 지화자…….”라는 소리를 하면서 한바탕 춤을 춥니다.
삼월삼짇날 음식
삼짇날 무렵이면 봄기운이 왕성하고 흥이 저절로 나, 사람들은 산과 들로 몰려나가 화전과 수면을 만들어 먹으며 봄을 즐깁니다. 찹쌀가루에 반죽을 하여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둥글게 지져 먹으니 이것을 ‘화전(花煎)’이라고 합니다. 또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혀서 가늘게 썰어 오미자(五味子) 물에 넣고, 또 꿀을 타고 잣을 넣어 먹으니 이것을 화면(花麵)이라고 합니다. 더러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녹두가루와 반죽하여 만들기도 하며, 붉은색으로 물을 들이고 꿀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수면(水麵)’이라고 하여 제사에도 사용합니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봄철 여러 가지 떡을 해서 먹습니다. 흰떡을 하여 방울 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떡에다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다섯 개를 이어 구슬을 꿰어 만듭니다. 작은 것은 다섯 개씩이고, 큰 것은 세 개씩으로 하는데, 이것을 산떡[饊餠, 꼽장떡]이라고 한다. 또 찹쌀과 송기와 쑥을 넣어서 떡을 하는데, 이것을 고리떡[環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에는 부드러운 쑥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들어 먹으니 이것을 쑥떡이라고 합니다.
봄철에 먹는 술로 각 가정에서는 여러 가지 술을 빚으니 소면주(小麪酒), 두견주(杜鵑酒), 송순주(松荀酒), 과하주(過夏酒)가 유명하고, 관서지방에서는 감홍로(甘紅露), 벽향주(碧香酒)와 해서지방의 이강주(梨薑酒), 호남지방에서는 죽력고(竹瀝膏), 계당주(桂當酒), 호서지방의 노산춘(魯山春), 서향로(瑞香露)가 유명합니다. 그리고 사마주(四馬酒)는 넷째 오일(午日)에 거듭 빚은 술이므로 이렇게 부르는데, 이 술은 한 해가 지나도 변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송사(宋史)』에 “고려에는 상사일(上巳日)의 쑥떡을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친다.” 하였고, 동월(董越)의 『조선부(朝鮮賦)』에 “3월 3일에는 쑥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드는데, 이것을 쑥떡이라 하였으며, 중국에는 없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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