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잡방이란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는 때에 쓸 만한 갖가지 방법’이라는 운치 넘치는 이 제목은 중국의 고전 『역경(易經)』에서 따온 말입니다.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니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군자는 먹고 마시고 잔치하고 즐거워한다’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수운’은 격조 있는 음식 문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수운에 걸맞은 갖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의미로 ‘잡방’을 붙여 『수운잡방(需雲雜方)』입니다.
조선 중기에 안동(安東) 예안에 살았던 김유(金綏, 1481~1552)와 그의 손자 김령(金坽, 1577∼1641)이 저술한 전통 조리서입니다. 필사본 1책으로 표제는 탁청공유묵(濯淸公遺墨)이라 적혀 있습니다. 1670년경에 안동장씨(安東張氏)가 한글로 지은 《음식디미방》 보다 100년 이상이 먼저 쓴 책입니다.
25매의 한지에 행서와 초서로 기록하였으며 간간이 옛 우리말로 표기한 식품 이름도 있습니다. 각종 술의 제조법과 각종 김치 담그는 법, 다과와 탕류의 조리법뿐만 아니라 채소의 재배법도 실려 있습니다.
중국의 조리서 《거가필용(居家必用)》과 당시에 널리 읽혔던 《식경(食經)》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도 있으나, ‘오천가법’ 또는 ‘현재 엿도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법’이라는 항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안동 인근에서 주로 만들던 음식 조리법을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유의 15세손인 김영탁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2021년 8월 24일에 국가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수운잡방은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서, 500년 전의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사를 받들고 손님을 모시기 위한 음식으로 『수운잡방』에는 술과 음식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상편에는 술, 식초, 김치, 장, 파종 및 채소 저장법, 한과, 찬물, 면, 두부와 타락 만드는 법이 있고, 하편에는 술, 김치, 한과, 탕, 찬물, 면 만드는 방법이 추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삼오주, 백화주 등 몇몇 술을 제외하면 상하편의 내용이 겹치지 않아서 상편에서 빠진 술과 음식 조리법을 하편에서 보충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운잡방』에는 우법(又法, 또 다른 방법)이라 하여 하나의 음식이라도 만드는 방법을 두세 가지로 설명하였는데, 이 우법을 포함하면 상하편 전체 121종의 조리법이 등장합니다. 술이 61종, 식초류 6종, 채소 절임 및 침채류가 15종, 장류 11종, 한과류 5종, 찬물류 6종, 탕류 6종, 두부와 타락(우유) 1종씩, 주식에 해당하는 면류 2종, 채소와 과일의 파종 및 저장법 7종입니다.
특히 술 담그는 법으로 삼해주(三亥酒), 녹파주(綠波酒), 호두주(胡桃酒), 포도주(葡萄酒), 이화주(梨花酒), 진상주(進上酒), 별주(別酒), 애주(艾酒), 예주(醴酒), 세신주(細辛酒), 진맥소주(眞麥燒酒)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이 나옵니다. 이는 전체 조리법 중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당시 제사를 받들고 손님을 모시는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의 문화 속에서 가양주(家釀酒)를 제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조리서를 참고한 내용과 토착화된 조리법이 동시 수록하고 있습니다. 서여탕(薯藇湯, 육수에 마와 계란을 넣어 끓은 탕), 분탕(粉湯, 청포묵국), 삼하탕(三下湯, 국수를 곁들인 고기완자탕), 황탕(黃湯, 갈비와 밥을 넣어 끓인 탕), 삼색어아탕(三色魚兒湯, 은어와 숭어, 대하와 삼색 녹두묵을 넣어 끓인 탕) 등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탕 종류의 음식도 소개되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음식 중에는 중국 조리서 『거가필용(居家必用)』이나 『식경(食經)』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만의 토착 조리법 또한 다수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벽향주의 오천양법(烏川釀法)은 광산 김씨 양반가 집성촌인 오천 지방의 술 만드는 법을 기록한 것이고, 고리 식초 만드는 법의 오천가법(烏川家法)은 광산 김씨 집안의 식초 만드는 법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것 외에도 엿 제조법에 이르면 요즘 엿도가에서 쓰이는 엿 만드는 법[今飴家所用良法], 즉 유행하는 조리법까지 수록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광산 김씨 양반가나 안동을 중심으로 한 주변 민간의 속방(俗方)이나 세간의 인기를 끌던 조리법까지 아울러 소개한 것입니다.
수운잡방에 나오는 요리 만드는 법
서여탕
재료 및 분량
쇠고기 400g, 마 200g, 계란 1개, 집간장 ½ ts, 참기름 ⅔ ts, 엿물(물 1 ½컵, 물엿 1 ½ ts), 천일염 2ts
1> 쇠고기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물에 삶아 육수를 만듭니다.
2>마는 껍질을 벗기고 썰어 삶아 물기를 짜고, 계란은 풀어 달걀물을 만듭니다.
3>육수에 엿물과 천일염을 넣고 끓이다가 마와 달걀물을 넣고 섞어줍니다.
4>집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한 번 더 끓여 완성합니다.
분탕
재료및 분량
청포묵 300g, 물 4컵, 진간장 2T, 고춧가루 1T, 다진 마늘 1T, 다진 파 1T, 참기름 1T, 깨소금 1T
1> 청포묵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물에 삶아 물기를 짜고, 물에 진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고 끓입니다.
2>청포묵을 넣고 끓이다가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완성합니다.
타락
1>쌀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그것을 끓는 물에 떠서 삶은 음식입니다.
2>물엿과 깨소금을 곁들여 먹습니다.
전약
1>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양고기 등 다양한 육류를 잘게 썰어 양념을 곁들여 구운 음식입니다. 2>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 등으로 양념을 만듭니다.
치저
1> 쇠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양고기 등 다양한 육류를 잘게 썰어 물에 삶은 후, 물기를 짜고 양념을 곁들여 구운 음식입니다.
2> 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 등으로 양념을 만듭니다.
삼색어아탕
1> 삼색 어아란 삼색으로 물들인 물고기를 말합니다.
2> 삼색 어아를 잘게 썰어 물에 삶은 후, 물기를 짜고 양념을 곁들여 구운 음식입니다.
3>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 등으로 양념을 만듭니다.
이 외에도 죽, 면, 김치, 국, 조림, 족편, 마른 찬, 장아찌, 젓갈, 장, 식초, 과정류 등 다양한 요리가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음식과 관련된 서적
《수운잡방》: 조선 전기에 김유와 김령이 음식의 조리법과 술 빚는 방법 등을 정리하여 기록한 조리서입니다. 총 121가지의 요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은행잡례》:. 궁중의 연회와 음식, 그리고 왕과 왕비의 식사상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정요리법》: 조선 후기에 이익이 궁중의 음식과 관련된 예절과 풍속을 기록한 책입니다. 궁중의 연회와 음식, 그리고 왕과 왕비의 식사상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식부》: 조선 후기에 정약용이 쓴 음식과 관련된 책입니다. 음식의 성질과 효능, 그리고 조리법과 식사예절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식이론》: 조선 후기에 신유기가 쓴 음식과 관련된 책입니다. 음식의 성질과 효능, 그리고 조리법과 식사예절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음식도감》, 《식품론》, 《식이요지》, 《식이본론》, 《식이신론》 등 다양한 음식 관련 서적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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