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는 전통 생활용품으로 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거르는 데 쓰는 용구입니다. 체는 나무를 얇게 켜서 겹으로 끼운 두 개의 바퀴 사이에 말총이나 헝겊 또는 나일론천이나 철사 등으로 바닥을 메운 용구이다. ≪훈민정음≫(해례본)에는 ‘체(籭)’로, ≪사시찬요 四時纂要≫에는 ‘사(篩)’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체의 종류는 어레미, 도드미, 중거리, 가루체, 고운체가 있습니다.
체는 쳇바퀴·아들바퀴·쳇불로 구성됩니다. 쳇바퀴는 체의 몸이 되는 부분으로 얇게 켠 나무를 둥글게 말고 한쪽에서 솔뿌리 또는 실로 꿰매어 원통형으로 만듭니다. 아들바퀴는 쳇바퀴 안쪽으로 들어가는 바퀴이며 쳇불은 쳇바퀴에 매어 액체나 가루를 걸러내는 그물입니다. 또한, 체는 쳇불 구멍의 크기에 따라 어레미·도드미·중거리·가루체·고운체 등으로 분류합니다.
어레미
어레미는 쳇불 눈의 지름이 3mm 이상 되는 것으로 콩 · 팥과 같이 낱알이 큰 곡물을 선별할 때 사용합니다.이것은 지역에 따라 얼레미(경기도 반월, 강원도 강릉시)·얼맹이(전라남도 영광)·얼개미(강원도 도계)·얼금이(경상도)·얼기미(전라남도·충청도)·얼금체로 부릅니다. 쳇불 구멍이 제일 넓은 체로, 이것으로는 떡고물이나 메밀가루 등을 내립니다. 쳇불은 철사나 가는 대오리로 메웁니다.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의 것은 가로 3㎜, 세로 3.8㎜입니다. 호남지방에서는 쳇바퀴의 울이 깊지 않게 대를 서너 겹으로 둥글게 만들고 든든한 나무껍질이나 칡으로 쳇불을 메워서 곡식의 검불 등을 가리는 데에 쓰기도 합니다.
도드미
도드미는 쳇불 구멍이 어레미보다 좁은 체입니다. 좁쌀이나 쌀의 뉘를 고를 때 씁니다. 쳇불은 철사로 엮는 것이 보통이며 쳇불 구멍의 크기는 가로 1.8㎜, 세로 2㎜(충청북도 봉양)입니다.
중거리
중거리는 눈 지름이 2mm 정도로 참깨, 들깨를 선별하거나 맷돌로 성글게 분쇄물을 선별한다 이것은 지역에 따라 중체(경기도 반월)·중거리(충청도, 강원도 도계)·반체(전라남도 보성)라고도 합니다. 중거리로는 떡가루를 치며, 시루편을 만들 때에는 떡가루를 물에 섞어 비비며 내립니다. 쳇불은 천으로 메우기도 합니다. 쳇불의 구멍은 가로 1㎜, 세로 1㎜입니다(충청북도 봉양).
가루체
가루체는 눈이 0.5∼0.7mm로 가루를 뺄 때, 지역에 따라 신체(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설된체(경기도 덕적)·모시미리(강원도 도계)·참체(전라남도)·접체(전라남도 보성)·밴체(전라남도 보성)라고도 합니다. 본디 쳇불은 말총을 썼으나 근래에는 나일론천으로도 메웁니다. 이것으로는 송편가루 등을 내리며 쳇불 구멍은 가로 0.6㎜, 세로 0.6㎜(충청북도 봉양)입니다.
고운체
고운체는 눈의 간격이 거의 없어 술과 같은 액체를 내릴 때 썼습니다. 이것은 지역에 따라 풀체(경기도 반월)·접체(경기도 덕적)·술체(전라남도 거문도)·곰방체(전라남도 보성)라고도 불린다. 올이 가늘고 구멍이 잔 체로 쳇불은 말총입니다. 이것으로는 술을 거르며, 쳇불 구멍의 크기는 세로가 0.5㎜이며, 가로는 이보다 더 좁습니다. 근래에는 쳇불을 나일론천으로 메우기도 합니다. 수명은 5년이며 무게는 500g 내외입니다.
체를 쓸 때에는 쳇다리를 사용합니다. 쳇다리의 형태는 일정하지 않으나 Y자 모양으로 뿔이 세개 달린 나무나 나무를 솥뚜껑처럼 둥글고 우묵하게 파고 한가운데에 구멍을 낸 것을 흔히 사용합니다. 쳇다리는 동이 나 함지와 같은 그릇 위에 걸쳐 놓고 사용합니다. 앞의 것은 가루를 내는 데에, 뒤의 것은 술과 같은 액체를 거를 때에 사용합니다.
<체에 관련된 민간 풍습>
민간에서는 체를 악귀를 물리치는 데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설날 밤에 야광귀(夜光鬼)라는 귀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어떤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사람의 신을 신어보고 맞으면 그대로 신고 갑니다. 신을 잃어 버린 사람은 일 년 동안 운수가 나쁘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이때에 대문 앞에 체를 걸어두면 야광귀가 밤새 체의 구멍을 세어보다가 신을 미처 신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하늘로 되올라간다는 것입니다.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성이 다른 세 집의 음식을 체에 받아다가 자기집 절구통이나 디딜방아에 앉아서 개에게 한 숟가락 주고 자신도 한 숟가락 먹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해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전합니다. 이 밥을 ‘쳇밥’이라고 합니다.
함지 위에 쳇다리를 걸치고 그 위에서 체를 흔들어 거릅니다.
체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한데, 어레미는 ‘얼기미’ · ‘얼맹이’ · ‘어레미’ · ‘도드미’, 중거리는 ‘중체’ · ‘반체’, 가루체는 ‘신체’ · ‘모시미리’ · ‘참체’ · ‘접체’ · ‘벤체’, 그리고 풀체는 ‘고은체’ · ‘접체’ · ‘술체’ · ‘곰방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체를 ‘체’(『사성통해』 · 『훈몽자회』 · 『역어류해』 · 『동문류해』 · 『방언류석』) · ‘쳬’(『재물보』 · 『사류박해』) · ‘키’(『자류주석』)라 했고, 어레미는 ‘얼멍이’(『사류박해』) · ‘어러미’(『재물보』)라고 했다. 한문으로는 籮(『훈몽자회』 · 『물보』 · 『사류박해』) · 篩(『사시찬요초』 · 『한정록』 · 『색경』 · 『산림경제』 · 『증보산림경제』 · 『고사신서』) · 簁(『훈몽자회』 · 『신 증 류 합』 · 『북학의』) · 簁羅(『사성통해』)라 쓰고, 어레미는 竹篩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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