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머니는 색채의 천에 길상(吉祥)의 뜻을 지닌 한자 수(壽)·복(福)·부(富)·귀(貴) 글자를 무늬처럼 수놓아 만든 주머니로 복을 불러들이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복주머니
복 주머니는 무언가를 담기 위한 물건이므로 여러 가지 길상을 상징하는 무늬를 새김으로써 그 속에 복을 담는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며, 이때 볶은 콩이나 곡식을 넣는 것은 농경문화권에서 곡식이 복록의 근원임을 나타낸 것입니다. 특히 정월의 돼지날과 쥐날에 복주머니를 주고받는 것은 돼지와 쥐가 십이지(十二支)의 끝과 처음에 해당하므로, 이날 주머니를 만들거나 차면 한 해 동안 복록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복주머니의 유래
복주머니의 민간 풍습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가례(嘉禮)나 정월의 첫 해일이나 첫 자일에 종친(宗親)과 신하들에게 복주머니를 나누어 준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때 주머니에는 볶은 황두(黃豆)를 홍지(紅紙)에 싸서 넣어 주었는데, 주머니에 갖가지 색실로 만든 끈을 꿰고 술을 길게 아래로 내려뜨려 마치 큰 나비가 기뻐 춤추는 듯 하였다고 합니다.
복 주머니는 갖가지 색깔의 비단이나 무명천으로 둥그스름한 모양의 두루주머니, 또는 양모서리가 각이 진 귀주머니를 만들어 수(壽)ㆍ복(福)ㆍ부(富)ㆍ귀(貴)ㆍ희(囍) 등의 글자나 십장생ㆍ불로초ㆍ박쥐ㆍ국화 무늬 등을 수놓은 주머니를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겨 찼는데, 이렇게 하면 사악한 것을 물리칠 수 있고 복이 온다고 믿었습니다.
전통 한복에는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호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따로 주머니를 만들어 차고 다녔는데, 복주머니는 물건을 넣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주로 정초나 특별한 날에 선물하여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새해맞이 선물로는 특히 정월의 첫 해일[上亥日]이나 첫 자일[上子日]에 복주머니를 차면 일 년 내내 좋지 않은 기운을 쫓고 만복이 온다고 하여 이날 친척이나 자손들에게 나누어 주는 풍습이 성행하였습니다. 여기서 첫 자일이란 상자일[ 上子日 ]로 음력 정월의 첫 자일(子日)입니다. 민속에서는 쥐날이라 하여 쥐의 폐해를 막기 위한 행사를 합니다. 농촌에서는 저녁때 자기 논두렁을 걸어 다니면서'쥐불이야, 쥐불이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또 쥐눈이콩을 볶으면서 '쥐볶는다, 쥐볶는다'쥐 볶는다'라고 외며, 한 움큼씩 먹으면서 '쥐먹는다, 쥐먹는다'쥐 먹는다'라고 외치면서 다니는 풍습이 예로부터 전해옵니다. 또 상자일에는 쥐불놀이도 하는데, 논두렁과 밭두렁의 풀을 태우면 쥐가 없어지고 해충도 제거되며, 새싹의 발아도 촉진되어 그해 농사가 잘된다고 합니다.
복 주머니는 조그마한 물건이지만 손이 많이 가고 아기자기한 장신구이면서 부적과 같은 의미가 있어 매우 귀하게 여긴 선물이었습니다.
각 가정에서는 곱게 만든 복주머니에 쌀ㆍ깨ㆍ조ㆍ팥 등 곡식을 넣어 아이들의 옷고름이나 허리춤에 달아 주고, 줄에 꿰어 어깨에서 반대편 허리에 오도록 매어주었습니다. 이때 계집아이는 부전(노리개의 일종)을, 사내아이는 필낭(筆囊, 붓을 넣어서 차는 주머니)을 함께 달아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돌잔치나 회갑 잔치에도 정성 들여 만든 복주머니를 즐겨 선물하였으며, 혼인한 새댁이 근친을 갔다가 시집으로 돌아올 때 시댁 어른들에게 손수 만든 복주머니를 선물하는 풍습도 성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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