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한국최초의 K-뮤지컬/여성국극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뒤 목포에서 홀로 상경한 윤정년이 여성국극단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웹툰은 올해 국립창극단의 창극으로 제작됐고 지금은 드라마 종반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인공 윤정년 역은 김태리가 연기하고 윤정년과 경쟁하는 허영서 역은 신예은이 맡았습니다. 여성국극단 단장으로는 라미란이, 윤정년의 엄마로는 문소리가 캐스팅되는 등 라인업이 화려합니다.

3세대 여성국극인들은 ‘정년이’의 인기가 “여성국극을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여성국극 팬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1950년대 정점을 찍고 70년간 명맥을 유지해 온 여성국극이 오늘을 사는 젊은 청춘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국극[ 國劇 ]

국극은 1945년 8·15 광복의 기쁨과 감격을 다분히 내포하는 국극이라는 말이 창극 대신에 사용됐다. 당시 여러 창극단은 국극이라는 명칭으로 활동을 전개했으니, 그 대표적인 창극단으로 국극사(國劇社)·국극협회(國劇協會)·국극협단(國劇協團) 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국극이란 말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됐고, 그 대신 창극이란 용어가 다시 사용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1960년대 초 국립국극단(國立國劇團)의 이름으로 출범한 단체명이 나중에 국립창극단(國立唱劇團)으로 개칭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국극은 대한민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창극(唱劇)의 다른 명칭으로 쓰입니다. 오페라와 같이 여러 사람이 배역을 분담하여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판소리 가락으로 대본을 얹어 부르는 음악극입니다. 조선 순종 때 원각사에서 판소리 사설과 가락을 두고 배역을 나누어 분창(分唱)하던 것이, 그 뒤 차차 연극에 가까워지고 대본을 판소리조 가락으로 부르게 되면서 본격화하였습니다. 광복 직후 배역을 여성만으로 구성한 여성국극단(女性國劇團)이 성행하였으나 1960년 이후 거의 쇠퇴하였습니다.

 

한국최초의 K-뮤지컬/여성국극

1948년 국악원에서 여성들만이 떨어져 나와 여성국악동호회라는 것을 조직한 것이 여성국극의 뿌리였습니다. 박녹주(朴綠珠)를 대표로 하여 김소희(金素姬)·박귀희(朴貴姬)·임춘앵(林春鶯)·정유색(鄭柳色)·김경희(金慶姬) 등 30여 명이 조직한 여성국악동호회는 1948년 10월에 ＜옥중화 獄中花＞로 시공관에서 창립공연을 가졌습니다.

여성들만이 단원이었기 때문에 여성국악인들이 남장(男裝)을 하고 공연한 점에서 일본의 다카라쓰카(寶塚)와 비슷하였습니다. 다만 우리의 여성국극은 고전적인 표현방식으로서 창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다를 뿐입니다.

다음 해 ＜햇님달님＞ 공연으로 크게 인기를 얻은 여성국악동호회는 그 여세를 몰아 창극계를 압도해 갔습니다. 6·25 전쟁 중 피난지에서도 여성국극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단 몇 년 안에 대중예술의 총아로 떠오르자 돈이 생겼고 이것은 단원들을 분열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여성국악동호회가 해체되면서 주요 단원들이 햇님국극단을 창립하였고 지방에서는 여성국악동지사(女性國樂同志社, 1952)·여성국극협회(1956)·삼성창극단 등이 설립되었습니다. 이들의 레퍼토리는 거의 야사(野史)·설화·전설을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공주궁의 비밀＞·＜낙화유정＞·＜무영탑＞·＜목동과 공주＞·＜선화공주＞ 등이 모두 그러한 계열의 인기작품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주제가 사랑과 이별, 은혜와 복수, 권선징악, 인과응보의 멜로드라마였기 때문에 대체로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여성국극은 전쟁 직후 더욱 인기를 끌었지만 영화의 발달로 조금씩 그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성국극단이 너무 많이 늘어난 데다, 대중의 통속취미에 영합했으며 주제나 표현방식이 너무 고루하고 진부하여 1950년대 말엽부터 급격히 쇠퇴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그 뒤 역사의 변화와 시대감각의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후진양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1960년대 초에 급격히 몰락하였습니다. 더욱이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인해서 여성국극은 대중에게 시대착오적 이리만큼 진부하게 비쳤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간간이 재기의 몸부림을 한 바 있으나 옛날 관객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데 그치고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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