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떡은 곡식을 가루로 만들어 증기에 찌는 떡입니다. 시루는 떡을 찌는 그릇이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요리명에는 식기 이름이 붙여진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절판, 신선로 등입니다.
한자어로는 증병(甑餠)이라 한다. 떡의 종류로는 익힌 다음에 떡메로 쳐서 만드는 도병(燾餠), 가루를 반죽하여 지지는 전병(煎餠), 반죽하여 삶아 건지는 단자(團子), 술에 반죽하여 찌는 기주떡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이 시루떡입니다.
시루란 쌀이나 떡 등을 찔 때 쓰는 고유의 찜기입니다. 형태는 바닥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물솥에 올려놓고 불을 때면 뜨거운 수증기가 시루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 내용물을 익게 합니다.
도제시루 질그릇시루 동제시루가 있으며 중부지방에서는 질그릇 시루를 많이 쓰고 남부지방에서는 도제시루를 많이 쓰며 무쇠솥의 구경과 시루바닥의 크기가 대체로 같으며 큰 시루는 큰솥에 중 시루는 중솥에 걸고 아주 작은 시루는 놋쇠옹에 적합합니다. 시루는 쌀 두말에 들어가는 것에서 2홉들이까지 크기가 다양하며 큰시루는 잔치나 고사를 지낼 때 중시루는 터주시루로 가장 많이 쓰이며 작은 시루는 백설기를 찝니다. 우리 생활 풍습에 시루는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 가정평안과 무사함을 비는 가택고사 어린이의 돌이나 생일치레 때 혼례를 시행하기 위한 의식의 하나로 신부집에서 부부간의 금실이 좋고 부귀다남하고 무사태평하기를 비는 가정의례시 음식을 마련하는데 이용하였습니다.
시루떡은 그 역사가 오랜 것으로 추측합니다. 낙랑유적에서 동으로 된 시루와 흙으로 된 시루 등이 발견된 것이 그 근거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시루에 찌던 것이 밥일 수도 있습니다.(오늘날의 밥의 형태는 처음에는 죽처럼 먹다가 떡처럼 먹다가 밥의 형태가 된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에 생산되던 곡물은 주로 기장·피·조·보리·밀과 같은 잡곡이었습니다. 따라서 떡이었으리라고 생각함이 타당합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곡물을 가루 내어 쪘을 것입니다. 그 뒤로 기술이 더해지고 발달되면서 곡류뿐 아니라 각종 과실과 식물들을 넣어서 다양한 종류의 시루떡을 만들게 되었을 것입니다.
떡은 밥과는 달리 농경·토속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각종 제사와 잔치의 음식 또는 시속음식(時俗飮食)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의 특별음식이 되어 우리 음식문화에서 고유한 전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임원경제지』·『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 나오는 시루떡은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규합총서』에 나오는 시루떡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백복령(白茯笭)·연육(蓮肉)·산약(山藥)·능이 등을 섞어 만든 복령조화고(茯笭調和餻), 단감을 깎아 말려서 가루로 하여 섞은 석탄병(惜呑餠), 가을 햇과일을 섞어 만든 신과병(新果餠), 백설기, 복숭아와 살구의 즙을 내어 가루에 섞어 말려두었다가 만든 도행병(桃杏餠), 석이를 가루 내어 섞어서 만드는 석이병(石栮餠), 감자를 말려서 가루로 하여 섞은 남방감저병(南方甘藷餠), 무를 섞은 무떡, 쑥을 섞어서 만드는 쑥떡 등입니다.
시루떡은 편틀에 담거나 큰 합(盒)에 담아서 제사에는 네모지고 굽이 있는 기지편틀에 높이 괴어 담고, 잔치에는 큰 합에 담고 각종 색떡과 상화(床花: 잔칫상 등에 꽂는 종이꽃)를 꽂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요즈음에는 그 종류가 줄었고 방법도 단순해지고 기계화되어 옛 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제사·잔치·시속음식 등에서 변함이 없이 뺄 수 없는 음식입니다.
가장 친근한 떡은 시루떡
우리 조상들은 철마다 또는 각종 경조사 때마다 떡을 해서 이웃과 나눠 먹었으며 그중에서도 시루떡은 가장 많이 해 먹는 친근한 떡이었습니다. 붉은팥 시루떡은 지금까지도 이사떡이나 개업떡으로 이웃에 두루 돌리는 풍습이 남아 있습니다.
한문으로는 ‘증병(甑餠)’이라고 하는 시루떡을 만들려면 떡가루와 고물이 있어야 하는데, 떡가루는 주로 멥쌀이지만 찹쌀을 섞거나 찹쌀만으로 만들기도 하며, 고물은 붉은팥 외에 거피팥이나 녹두, 깨 등도 얹어서 만듭니다. 멥쌀가루는 찰기가 없어 그대로 찌면 퍽퍽하고 잘 부서지므로 떡가루에 물을 고루 내려서 찌면 촉촉하고 부서지지 않습니다. 예전의 시루떡은 떡가루와 고물에 소금으로만 간을 맞춰서 단맛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떡집에서는 설탕을 함께 섞어서 달게 만들고 있습니다.
떡가루는 방앗간에서 빻아 체에 쳐 왔더라도 다시 한번 고운 체에 내려야 합니다. 자주 해 먹는 집에서는 소량씩 빻으려면 번거로우므로 빻아서 찹쌀과 멥쌀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쓰는 것이 편리합니다. 떡쌀은 적어도 물에 여섯 시간 이상 담가 두어 물기를 최대한 흡수한 상태에서 빻아야(습식분쇄법) 떡을 만들었을 때 제맛이 납니다. 요즘에는 완전히 건조한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봉지에 담아서 팔기도 하지만 떡을 하기에는 향기 나 감촉도 안 좋고 맛도 덜하다.
찰곡식에는 아밀로펙틴이 많이 들어 있어 익으면서 한데 뭉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찹쌀로 떡을 하면 김이 위까지 통하지 않아 아래는 익고 위쪽은 익지 않아 가루가 허옇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떡가루를 안칠 때 두께를 2~3cm 정도에 그쳐야 하며 물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반면 멥쌀가루에 호박이나 상추, 느티 등 다른 재료를 섞어서 하려면 4~5cm 두께로 안쳐야 푸짐합니다.
떡을 찌는 시루는 질그릇으로 된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알루미늄이나 유기, 도기로 만든 시루는 시루에 닿는 부분의 떡가루나 고물이 말라 버려서 아예 익지도 않거나, 너무 오래 찌면 더운 김이 고여서 떡이 흠뻑 젖기도 합니다. 또 시루는 위아래의 넓이가 달라서 떡가루 분량을 잘 맞추어야 떡의 두께가 고르며 물이 담긴 솥 위에 시루를 얹고 그 틈새를 김이 나가지 않게 잘 막아야 합니다. 이를 ‘시룻번’이라 하는데 쌀가루를 체에 칠 때 남은 무거리나 밀가루를 되직하게 개어서 끈처럼 만들어 꼭꼭 눌러서 막는데 일단 불을 끄고 나서 붙여야 잘 붙습니다.
시루 밑에는 구멍이 나 있는데 풀로 엮은 ‘시룻밑’을 깔고 고물을 넉넉히 뿌리고 나서 떡을 켜켜로 안친 다음 뚜껑을 덮어야 합니다. 먼저 젖은 행주나 베보를 덮고 나서 나무나 냄비 뚜껑을 덮도록 합니다. 그냥 뚜껑을 덮으면 김이 뚜껑 안쪽에 모여서 물방울이 되어 떡 위에 떨어져 고물을 적시게 됩니다. 너무 오래 찌면 가장자리에 물이 돌아서 질척해지는데 예전에는 아낙네들이 허리 아픈 데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나누어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위쪽에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어서 큰 시루이면 한 시간 정도 찌지만 한두 되 들어가는 작은 시루이면 20~30분이면 충분히 익습니다. 긴 대꼬치로 찔러보아 흰 가루가 묻어나지 않으면 다 익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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