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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글 요리서<음식디미방><규곤시의방>

by 달러박스 2024.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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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은 안동 장 씨(1598~1680)가 쓴 우리나라 음식을 다룬 최초의 우리말 요리서()입니다. 규곤시의방()이라고도 합니다.

<음식디미방>의 뜻은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란 뜻입니다.

<규곤시의방>이란 뜻은 <부녀자들의 길잡이>란 뜻입니다.

 

음식디미방 표지

 

조선시대의 식품 조리서는 주로 남성에 의해 한문으로 쓰였고, 중국의 문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대 여중군자(女中君子)로 불릴 정도로 덕망이 높은 여성이, 오랫동안 가정에서 실제로 만들어왔거나 외가에서 배운 조리법 백여 가지를 후손에게 전해주기 위해, 그것도 많은 여성들이 쉽게 읽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로 정리한 책이 있었습니다. 1670년(현종 11년) 경에 정부인 안동 장씨라 불리던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이 남긴 『음식디미방』입니다.

가로 18cm, 세로 26.5cm 크기 종이에 표지 포함 30장의 책으로, 표지에는 『閨壼是議方(규곤시의방)』이라는 한자 제목이 붙어 있고 본문 첫 줄에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 적혔습니다. 『규곤시의방』이라는 제목은 추후 자손들이 격식을 갖추기 위해 붙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규곤(閨壼)은 여자들이 거처하는 안방을 이르니 ‘부녀자들의 길잡이’ 정도로 풀이해볼 수 있겠습니다.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이라는 말은 찬자가 직접 지은 것으로,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란 뜻입니다.

 

장계향 (안동장씨)의 생애

▶안동 장씨는 조선 중기 학자인 경당 장흥효(敬堂 張興孝, 1564~1633)와 안동 권씨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시와 서예, 문학에 뛰어났다 합니다.

▶13세에 지은 「학발시(鶴髮詩)」 등의 작품도 알려져 있습니다.

▶19세(1616년, 광해군 8년)에 석계 이시명(石溪 李時明)과 혼인하였고, 43세가 되던 1640년 지금의 재령 이씨 종가가 있는 경북 영양군 석보면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슬하에 6남 2녀를 두었으며 그중 이휘일(李徽逸)과 이현일(李玄逸)을 학행으로 이름난 인물로 키워냈습니다. 이현일이 이조판서에 오르면서 안동 장씨는 정부인(貞夫人)이 되었습니다.

이현일이 쓴 『정부인 안동 장씨 실기(貞夫人 安東 張氏 實記)』에는 안동 장씨 평생의 자취를 적은 글과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안동 장씨가 출가하여 64년 동안 공경으로 부모를 봉양하고 남편을 극진히 섬기며 존경하였고, 자손들을 훌륭하게 길러내었다며 그 공덕을 기렸습니다. 재령 이씨 문중에서는 후손들이 신위를 영구히 사당에 두고 지내는 불천지위(不遷之位) 제사를 모시고 있습니다.

 

『음식디미방』은 우리 옛 조리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책이지만, 얼마 전까지도 안동장씨의 이름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2002년, 안동 장씨 신위 뒷면에 ‘계향’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음이 밝혀졌고, 2012년 ‘장계향’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후 학계에서 다양한 연구가 발표되며 삶이 재조명되었고 위대한 어머니이자 걸출한 여성 인물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안동장씨(장계향)을 소재로 한 소설

1997년에는 재령 이씨 후손인 소설가 이문열이 『선택』이라는 소설에 안동 장씨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 시대 여성의 삶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음식디미방/음식조리법/ 146종류

책의 개괄적인 구성은 면병류와 어육류를 포함한 전반부와 ‘주국방문’이라 하여 술과 식초를 다룬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 뒷부분에 각각 아무것도 쓰지 않은 종이 3장씩을 두어서 쉽게 구분이 됩니다. 이 여분의 종이는 추가로 음식 조리법을 적으려고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음식조리법 구성

음식디미방에는 모두 146종의 음식 조리법이 수록되었습니다.

▶전반부에는 국수와 만두, 떡, 과자 등 곡물 음식이 포함된 면병류(麵餠類) 18종, 어육류로 분류한 음식 37종, 따로 분류한 용어는 없지만 채소 음식과 식품 저장법 20종과 맛질방문이라고 표기된 음식 17종이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51종의 술 양조법과 3종의 식초를 담그는 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려 말에 등장한 발효떡인 상화(霜花)의 구체적인 조리법이 문헌상 처음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지금의 다식 만드는 법과 달리 오븐에 굽듯 기왓장에서 굽는 다식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조리법

육류조리법

다양한 육류 조리법도 나오는데 개장꼬지느르미, 개장국느르미, 누런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 다양한 개고기 조리법이 적혀 있고, 당시에도 귀했을 법한 재료인 곰 발바닥을 이용하는 웅장 조리법과 훈연에 의한 고기 저장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느리미 조리법

『음식디미방』에는 느르미로 대구껍질느르미, 개장꼬지느르미, 개장국느르미, 동아느르미, 가지느르미가 나온다. 이 시대의 느르미는 재료를 익혀 꼬치에 꽂고 밀가루즙을 걸쭉하게 만들어 끼얹는 조리법이었습니다. 1800년대부터는 이런 느르미가 사라지고 재료를 꼬치에 끼워 밀가루와 달걀 물로 옷을 입혀 지지는 누름적으로 바뀝니다.

 

잡채조리법

이 책에 수록된 잡채도 여러 가지 채소를 볶아 밀가루와 된장을 푼 즙에 버무리는 것으로, 지금의 당면이 들어가는 잡채와는 많이 다릅니다.

 

희귀 재료 조리법

마른 해삼, 마른 전복, 자라, 꿩, 참새, 곰 발바닥 등 오늘날 흔히 쓰이지 않는 재료들의 손질법이나 조리법도 많이 등장한다.

 

매운맛 조리법

고추가 식재료로써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이전 시기여서 고추가 쓰이지 않았으며, 매운맛을 내는 조미료로 천초와 후추, 겨자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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