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의 역사는 가장 오래된 한국고유의 곡물요리로서 상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식, 절식, 제례음식, 이웃과 나누어먹는 정표로 널리 쓰였으며 농경의례, 토속신앙을 배경으로 한 각종 행사, 무의 등에 사용되었던 토속성과 전통성이 깊은 음식이다. 또한 일생을 살아가며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겪을 때와 행사나 의례 때에 꼭 떡을 만들어 그 마음을 담는다. 식생활의 주된 식품이 곡식인지라 자연히 곡식으로 만드는 떡이 밥과 함께 대종을 이룬다.
떡의 종류는 떡은 찌는 떡, 치는 떡, 빚는 떡, 지지는 떡, 부풀리는 떡 등으로 나누어지며, 각종 곡류가 사용된다. 떡은 증숙법에 의한 음식으로, 죽 다음 단계에서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떡은 각종 의례 음식이나 절식 등에서 필수적인 별미 음식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우리의 고유한 음식 풍속을 잘 전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또, 그 조직이나 영양성에 있어서도 우수하며, 지방마다 독특한 재료를 이용한 향토 음식으로 발달하였다.
떡의 역사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떡을 만들었는지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농경을 시작하여 곡물이 재배되고 그 제조에 필요한 기구류가 사용된 부족국가 시대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죽을 끓이고 그다음 단계에서 시루에 쪄서 익힌 곡물이 만들어졌다. 1-2세기 경에는 김해․웅천 등에서 시루가 출토되고, 고구려의 안악 3호 고분 벽화에는 시루에 무엇인가 찌고 있는 모습이 있다. 이는 곡물을 쪄서 먹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시기에는 잡곡을 찐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신라 시대의 유물로 토기 시루와 청동제 시루가 출토되었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떡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삼국 시대에는 떡을 일상식으로 상용했다고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 불교의 성행으로 음다(飮茶) 풍속이 생김에 따라 떡이 크게 발달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일반화된 떡의 종류가 160여 종이나 되었다.
떡에 얽힌 얘기로 그 유명한 백결 선생이 가난하여 설에도 떡을 찌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아내를 위로하느라고 떡방아소리와 비슷한 곡으로 거문고를 탔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삼국사기>에는 남해왕이 죽자 다음 왕을 정한느 방법으로 떡을 물어 잇자국이 많이 난 사람을 택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가야국기>에는 해마다 지내는 제사 음식에 떡이 들어 있다고 쓰여 있고, <삼국유사>에는 화랑 죽지랑이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술과 함께 떡을 들고 갔다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떡에 얽힌 속담도 많아서 이를테면 “떡 주무르듯 한다.”는 말은 떡 만드는 솜씨에 빗대어, 뜻한 대로 행할 수 있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고,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라는 말은 떡이 곧 맛난 것, 좋은 것임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이와 같이 떡은 우리의 식생활과 밀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떡의 쓰임새
절기마다 사람이 살면서 겪는 여러 의례 때마다 빠지지 않고 상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떡은 그야말로 우리의 전통 음식 중에서도 독특하고 고유한 맛과 멋을 지닌 음식이다.
떡은 시식, 절식, 통과 의례식 혹은 이웃이나 친지와 나누는 정표 음식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의례 음식으로 쓰이는 떡이라고 하더라도 종교에 따라, 계절에 따라, 잔치나 제사에 따라, 상차림에 따라, 가세 형편에 따라 저마다 상에 올리는 떡의 양과 질, 가짓수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조선 시대에 보편적이던 유교식 제사에는 떡을 네모진 편틀에 맞추어 썰어 똑바로 고여 담는데 그 종류가 계절을 타긴 하나 대체로 스무 가지가 넘었다. 또 불교식으로 지내는 절의 제사에는 주로 인절미, 절편, 거피팥 편, 백설기, 시루편들이 상에 올랐다. 그리고 무속에서의 제상은 백설기팥 편이 중심을 이루는데 기원을 하거나 액을 막을 때에는 주로 붉은팥이 들어간 떡을 만든다. 가장 기쁠 때 차리는 큰상이나 혼인상에는 떡의 종류와 가짓수도 많고 높이 쌓아 올려 정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민가에서도 흔히 추수가 끝나고 거두어들인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한 해의 결실을 감사하며 동시에 다음 해의 농사도 하늘이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사를 지냈으며, 어촌에서는 고깃배를 떠나보내기에 앞서 마을에서 쌀을 모아 흰 절편을 찌고 이것을 양푼에 굵직하게 서리어 올려 ‘용떡’을 만들어 풍어제를 지내기도 했다.
절식 떡과 시식 떡
우리나라는 옛 풍습으로 세시풍습이 뚜렷해서 명절 때마다 해 먹는 음식이 다르고 또 춘하추동 계절에 따라 그 시기에 새로 나는 음식을 즐겼다.
절식 떡은 다달이 있는 절기에 따른 명절 음식을 말하고, 시식 떡은 사철에 따라 나는 식품으로 만드는 음식을 말하는데 이것은 떡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거의 달마다 하게 되는 떡은 그 달에 있는 명절과 관계가 있었으며 떡을 해서 조상에게 바치거나 아랫사람에게 하사하거나 친척끼리 주고받았다.
◆음력으로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에는 ‘정초다례’(종묘나 가묘에서 제사 지내는 것)를 올리는데 이 때는 ‘메’(밥) 대신에 가래떡으로 끓인 떡국을 올리고 절편을 크게 만들어 편틀에 올려 차례를 지낸다. 하얀 떡은 순수무구한 경건함을 나타낸 것이다.
◆ 정월 대보름에는 약식을 만들어 먹는데 이는 신라 때부터 전해 오는 한 일화에 따른 것이다. 신라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날에 잠시 천천정으로 거동하였는데 난데없이 까마귀가 날아들어 이를 상서롭지 않게 여긴 왕은 곧바로 환궁하여 역모를 꾀하는 무리들을 제거하였다고 한다. 그 뒤로 까마귀에게 보은 하는 뜻으로 대보름날을 ‘오기일’로 정하고 제를 지내는 한편 검은색이 나는 약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다.
◆ 이월 초하루인 중화절에는 지난가을에 매달았던 곡식을 내려서 떡가루를 만들어 송편을 빚는다. 큰 것은 손바닥 만하게, 작은 것은 달걀 만하게 만드는데 속은 팥고물을 넣고 솔잎으로 격자 놓아 쪄내어 솔잎을 떼고 참기름을 바른다. 이 날은 특히 노비들에게 나이 수대로 송편을 나누어 먹이고 하루 일을 쉬게 한다. 그래서 중화절을 노비일 또는 머슴날이라고 하였다.
◆삼월 삼짇날은 봄이 왔음을 일러 주는 날이다. 겨울 내내 갇혀 살다가 화창한 봄을 맞아 새 싹이 나고 만물이 소생하며 해방된 기쁨을 만끽하는 명절인 만큼 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쳐 먹는다. 집안의 우환을 없애고 소원 성취를 비는 산제를 드리는 날이다
◆사월 초파일에는 석가의 탄생을 축하하는 뜻으로 그때에 막 싹이 돋은 어린 느티나무 잎을 멥쌀가루에 섞어 느티떡을 쪄먹는다.
◆오월 단오는 ‘천중절’이라고 하여 거피팥시루떡을 만들어 단오차사를 지낸다. 이 날 만드는 수리취떡은 절편처럼 수리취를 넣고 떡을 쳐서 떡살로 수레바퀴 모양의 무늬를 박아 내었다. 그밖에 쑥을 넣어고 버무리, 절편, 인절미 같은 떡을 만들었다.
◆유월 보름 곧 유두날에는 그즈음에 거둔 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 한편으로 떡을 쪄서 막 딴 참외와 함께 논에 나가 용신께 바치며 풍년을 기원한다. 흰떡을 친 것을 작은 구슬 모양으로 빚어 삶아서 꿀물에 띄워 먹는 떡수단을 해먹기도 한다.
◆칠월 칠석에는 부녀자들이 마당에 바느질 차비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차려 놓고 길쌈과 바느질을 잘하게 해달라고 빈다. 복숭아화채와 함께 밀전병을 부쳐 깨소를 넣는 밀쌈 증편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편 칠월 삼복에는 깨찰떡, 밀설구, 주악들을 해 먹는다.
◆팔월 한가위에는 새로 거둔 햅쌀과 햇곡식으로 송편을 빚어 조상께 감사하며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가며 이웃과 나눠 먹는다.
◆구월 구일 중양절에는 추석 제사 못 잡순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국화의 계절이라 국화전을 한다. 그 밖에도 인심이 후한 때인 만큼 물호박시루떡, 무시루떡, 밤단자, 대추인절미들을 해 먹는다.
◆ 시월 오일, 상달에는 햇곡식으로 붉은 팥고물을 놓아 시루떡을 쪄서 마구간에 갖다 놓고 말이 잘 크고 병이 없기를 빈다. 특히 무오일에는 무당이 성주굿을 하러 다닌다.
◆십일월 동짓날에는 붉은팥으로 죽을 쑤고 찹쌀가루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고 소금 간을 하다. 옛날에는 팥죽을 문짝에 뿌리면 액을 막는다고들 하였다.
◆섣날 그믐에는 온시루떡과 정화수를 떠 놓고 고사를 지낸다. 또 흰떡을 가지고 색색으로 만들어 골무같이 빚어서 나누어 먹는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 년 열두 달 재료를 다양하게 쓰고 종류도 다양하게 하여 떡을 만들어 먹기를 즐겼다. 또 떡은 이웃끼리 나누기도 편한 음식이니 울타리를 터놓고 살던 그 시대에 정표로서 주고받는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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