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삼백육십오일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의 명절 추석(秋夕)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 ‘달 밝은 가을밤’이라는 의미입니다. 연중 8월 한가운데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입니다. 또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합니다.
✔️ 차례의 의미
추석날의 차례는 ‘차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를 뜻합니다. 이는 차만 올리자는 뜻이 아니라 ‘술을 올리더라도 차를 빼놓지는 말자.’라는 의미입니다.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하는 상차림으로 제사 음식을 제수라고 하고, 제수를 격식에 맞춰 차례상에 올리는 것을 진설이라고 합니다. 제수는 각 지방마다 나오는 특산품이 달라 지방과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제수를 놓는 위치 도 다소 다릅니다. ‘남의 제사에 곶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참견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다른 사람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가가례라고 하여 가정마다 또는 지방마다 차례 지내는 모습은 다릅니다.
✔️ 차례에 담긴 음양오행
그중에서 일반적인 기본 원칙은 있습니다. 추석 차례상은 방향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리면 되는데, 이 경우 ‘예절의 동서남북’이라 하여 신위(神位, 지방)가 놓인 곳을 북쪽으로 합니다. 그리고 제사 지내는 사람(제주, 祭主)의 편에서 차례상을 바라보았을 때 신위의 오른쪽은 동쪽, 왼쪽은 서쪽입니다. 신위를 북쪽에 놓는 것은 북쪽이 음양오행설의 오행 가운데 수(水)를 뜻하고 가장 높은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상을 높이 받들겠다는 뜻입니다.
차례 상차림에도 음양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제수품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어, 놓는 위치와 수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생선을 놓을 때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의 방향성을 둡니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입니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둡니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한 것입니다.
또 음양의 원리에 따라 땅에 뿌리를 두고 얻어진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해서 종류의 수를 짝수로 했습니다. 그 이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추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주 삼라만상이 녹아든 상차림이다.
차례 상차림은 총 5열이 기본입니다. 각각의 열은 과거의 조상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시기적으로 가장 먼 수렵 · 채집 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의미하는 과일과 나물, 채소를 맨 앞쪽과 둘째 줄에 놓고,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익혀 먹었던 것을 의미하는 음식인 전류, 농경 시대에 들어서면서 먹었던 주식과 반찬을 의미하는 탕, 적, 메(밥), 갱(국) 등이 나머지 세 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 진설과 제수에 담긴 의미들
1열은 제주와 가장 멀리 있는 곳입니다. 1열에는 메(밥)와 갱(국)을 올립니다. 추석엔 메(밥) 대신 송편을 올리거나 메와 송편을 둘 다 올립니다. 송편을 올리는 이유는 송편이 추석의 상징적 의미인 둥근달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갱(국)은 동쪽(오른쪽)에, 메는 서쪽(왼쪽)에 놓습니다. 송편과 함께 밥도 올리는 경우,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하여 밥과 술잔은 왼쪽, 국과 송편은 오른쪽입니다. 이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상차림의 반대방향으로 진설합니다.)
2열에는 세 가지의 적과 전을 올립니다. 어동육서(魚東肉西)에 맞춰 어류는 동쪽, 육류는 서쪽에 둡니다.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므로 적과 전을 합해 홀수로 올립니다.
3열에 올라가는 탕은 어탕, 육탕, 계탕을 모두 올리거나 한 가지만을 올립니다. 탕도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라 홀수로 올립니다.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여기에는 조상들이 먹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4열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립니다. 이때 좌포우혜(左脯右醯)를 원칙으로 합니다. 북어와 대구, 오징어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둡니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북어는 우리나라 동해 바다의 대표적인 어물이자 머리도 크고 알이 많아 훌륭한 아들을 많이 두어 알과 같이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유래가 있습니다.
삼색 나물의 삼색은 검은색과 흰색, 푸른색의 세 가지 나물로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입니다. 흰색은 뿌리나물이라 하여 도라지나 무나물을 올리고, 검은색은 줄기나물로 고사리를 올립니다. 푸른색은 잎나물로 시금치나 미나리를 올립니다. 뿌리는 조상을, 줄기는 부모님을, 잎은 나를 상징합니다.
마지막 5열, 즉 제일 앞줄에는 과일과 약과, 강정을 올립니다. 과일은 땅에서 난 것이므로 짝수 종류를 놓고, 한 제기에 올리는 과일의 양은 귀함을 뜻해 홀수로 올립니다. 이때 조율이시[ 棗栗梨柿 ]는 대추와 밤과 배와 감을 뜻합니다.
우리 나라 제사상(祭祀床)에 놓는 과일의 기본 4가지로, 대추[棗조]는 씨가 하나이므로 임금을, 밤[栗율]은 한 송이에 3톨이 들어있으므로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3 정승(政丞)을, 배[이梨]는 씨가 6개 있어서 6조 판서(六曹判書,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 판서)를, 감[시柿]은 씨가 8개 있으므로 우리나라 8도[조선 8도朝鮮八道]를 각각 상징한다는 속설(俗說)이 있습니다. *배나무와 대추나무는 책을 만드는 판목(版木)으로 많이 쓰기에 출판(出版)을 ‘이조(梨棗)’라고도 합니다.
庭前八月梨棗熟 一日上樹能千回(정전팔월이조숙 일일상수능천회 ; 팔월에 뜰 앞의 배와 대추 익으면, 하루에 천 번이라도 그 나무에 올랐느니.)<두보杜甫 백우집행百憂集行>. 홍동백서(紅東白西)를 지킵니다. 즉 왼쪽부터 대추와 밤, 배, 곶감, 약과와 강정 순으로 차리고 사과와 같은 붉은 과일은 동쪽, 배 등 흰 과일은 서쪽에 둡니다. 요즘에는 바나나, 수박, 참외 같은 다양한 과일도 올리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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