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불공이란 동짓날 절에 가서 공양물로 팥죽을 올리고 새해의 발원(發願)을 다짐하는 의례입니다. 동지(冬至)는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요. 하지(夏至)부터 짧아진 해가 동지를 기점으로 하여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를 옛사람들은 태양이 재생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지는 시작, 재생, 부활의 종교적 상징성을 띄게 되었습니다. 불교에서는 민간신앙과 습속을 수용하여 불공의례가 행합니다. 민간에서 동짓날 먹는 팥죽을 공양물로 올리고 새해의 발원을 다짐하는데, 동지불공은 그 성격상 액(厄)을 소멸하고 새해의 길운(吉運)을 추구하는 기원적 요소가 강합니다.
동지는 입춘(立春)으로부터 일년 24 절기의 스물두 번째 절기입니다. 동지는 낮이 하지로부터 차츰 짧아지기 시작하여 극에 이르렀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로 죽음과 재생이라는 종교적 모티브를 지녔기 때문에 많은 민족의 신앙적 습속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의 『역경(易經)』에서도 태양의 시작을 동지로 보았으며, 주(周) 나라에서는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정하였습니다. 지금도 민간에서는 동지를 ‘작은설’이라는 의미로 아세(亞歲)라 하여 어느 집이나 팥죽을 쑤어먹으며 경사스러운 날로 여겨 속절(俗節)로 삼고 있습니다.
신라와 고려에서는 동지를 전후하여 팔관회(八關會)를 지냈는데, 이를 중동팔관회(仲冬八關會)라고 합니다. 불교는 24 절기의 하나인 동지를 불공의례로 수용하면서 민간신앙의 요소도 흡수하게 되었습니다. 사찰에서도 동지불공을 할 때 팥죽을 쑤어 불전에 공양하고 그것을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불공으로 올린 팥죽은 의례에 의하여 성화(聖化)되고 염력(念力)이 깃들었다고 이해되기 때문에 그것을 절에서 먹을 뿐만 아니라 불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얻어가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어 먹이면서 새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불공의례는 헌공(獻供), 정례(頂禮), 참회(懺悔), 발원(發願), 회향(回向), 시식(施食)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동지불공에서는 지난해의 잘못을 참회하고 새해의 희망을 발원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가 강조합니다. 따라서 불공의례로 성화된 동지팥죽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지난해의 액(厄)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로 몸에 착용했던 헌 옷가지를 불에 태우는 소대의식(燒臺儀式)도 행합니다. 신도들은 동지불공에 참여하여 기도정근을 하면서 새해의 삶을 신앙심으로 다짐하는 것입니다.
팥으로 액운을 물리치는 여러가지 방법
팥은 소두(小豆) 또는 적두(赤豆)라고도 하며 동양이 원산지로 알려진 재배역사가 오랜 곡물입니다. 팥은 색깔이 적색이므로 주로 주술적(呪術的)인 면에 많이 이용합니다. 붉은색은 양색(陽色)으로 축귀(逐鬼)의 능력이 있다고 믿어 잡귀를 쫓고자 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동짓날 팥죽을 쑤는 민속인데 팥죽의 유래는 고대 중국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옛날 중국에 공공(共工)이라는 사람에게 아무 재주도 갖지 못한 못난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귀(疫鬼)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팥을 무서워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죽은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서 귀신을 쫓는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동지 팥죽은 먼저 사당에 놓아 차례를 지낸 다음 방, 마루, 광 같은 곳에 한 그릇씩 떠다 놓고 대문, 벽, 문설주 등에 팥죽물을 수저로 떠서 뿌리면 액을 막고 잡귀를 쫓는다고 믿었으며 이렇게 한 후 팥죽을 먹었습니다.
팥죽은 동네의 고목에도 뿌려 액을 막고 제화(除禍), 축귀의 주술로 여러 곳에 쓰이는데 초상난 상가에 팥죽을 쑤어 간다든지 이사할 때 팥죽을 쑤는 것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팥시루떡(赤豆餅)은 고사떡으로 여길 만큼 주술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민속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말이 가장 뛰어난 장거리 교통수단이고 농사에도 귀한 노동력이었으므로 10월의 말날(午日)은 특별히 말을 위하여 팥떡을 해서 마구간 앞에 차려 놓고 말의 무병과 건강을 비는 고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하여 어린이들에게 동지빔으로 자줏빛 동옷(胴衣, 조끼)을 만들어 입히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옷을 '팥죽동옷'이라 하고 어린이를 역귀에서 보호하려는 주술적인 염원이 담긴 때때옷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사라진 민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일날 팥밥을 먹는 것이나 수수팥 경단을 10살까지 만들어 먹는 것도 모두 같은 뜻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반면 기제사 때 팥시루떡을 쓰지 않는 것도 조상의 혼이 오지 못할까 염려해서 이며 팥고물을 사용할 때는 거피(去皮)하여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정월 14일 밤에 생 팥이나 삶은 팥을 한 줌 가지고 밭으로 나가 자기의 나이 숫자대로 팥을 밭에 묻는데 이때 "매생아 올해에 머리 아프고 배 아픈 것 모두 가져가라"하고 주문(呪文)을 외웁니다. 그렇게 하면 그 해에는 무병하다고 믿었으며 부스럼을 앓는 사람도 이렇게 팥을 가지고 가서 자기 나이 숫자대로 밭에 묻으면 완치된다고 하여 도액(渡厄)을 비는 주술로 이용했습니다.
또 부녀자나 어린아이들이 팥을 가지고 우물에 가서 자기의 나이대로 팥을 우물 안에 던지며 "달앗 빠치자"라고 외치면 그 해에 다래끼를 앓지 않는다고 하며 전남 지방에서는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할 때 팥 대신 돌을 주워 우물가에 열을 지어 빙빙 돌면서 차례로 돌을 던진 후 "달앗 빠치자. 샘각시 달앗 받아라"하고 외치는데 이것이 놀이로 변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1월 15일(上元日)에 부녀자들이 팥 7알을 땅에 묻으며 "옥황상제님 내 병을 걷어 가시오"하는 주문을 외웁니다. 또 경상도에서는 정월 14일 밤에 작은 팥을 골라 베 주머니에 넣어 샘이나 우물물에 담가 두었다가 15일 새벽에 꺼내어 온 식구가 나이 수대로 불은 팥을 삼켰는데 이렇게 하면 그 해에 액운을 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붉은색이 축귀의 주술적인 위력이 있다고 믿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것 같다. 왜냐하면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붉은 열매가 달린 호―리로 리즈를 만들어 문 위에 걸어두고 잡귀의 침입을 막는다는 것이며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붉은 옷만 입어도 제액의 혜택을 받는다고 믿어 즐겨 입었다고 한다.
팥은 액막이로만 쓰인 것이 아닙니다. 팥의 곡물로서의 재배역사는 이미 신라 때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됐으며 팥으로 만든 음식도 많습니다. 그 예로 팥밥, 팥죽, 팥시루떡, 팥고물, 팥소, 팥단자 외에 팥가루에 꿀을 쳐서 만든 팥편, 팥고추장, 팥장(小豆醬) 등은 민속풍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비누가 없었던 옛날에는 팥가루를 비누처럼 사용한 팥 비누가 있었다고 합니다.
팥이 이렇듯 쓰인 곳이 많아서 '팥매'라고 하여 팥을 타는 커다란 맷돌이 따로 있었습니다. 구황식량으로서 팥잎을 넣고 국도 끓이고 죽도 쑤어서 이를 팥잎국, 팥잎죽이라 하였습니다.
팥은 약용으로 많이 쓰였는데 각기, 변비, 부종, 고기 중독, 당뇨병, 신장염 등의 민간약으로 쓰였으며 꽃은 부비(腐脾)라 하여 기미 없애는 데, 여드름 등에 사용했습니다.
팥죽뿌리기
동짓날 팥죽을 쑤어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많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고 믿었습니다. 또 팥죽을 먹으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동짓날 팥죽 뿌리기 풍속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행해지는 풍속으로 잡귀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집 안팎에 뿌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역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경기도에서는 사당에 팥죽제사를 지내고 마루, 장광 등에 한 그릇씩 퍼놓기도 하고, 동네 앞의 고목에도 뿌려 재앙을 막기도 합니다. 강원도에서는 팥죽을 뿌리는 곳도 많지만 팥 삶은 물(팥물)을 뿌리는 지역도 많았어요. 광주광역시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 담장이나 대문에 뿌리기도 하지만, 팥죽제라고 하여 당산나무나 장승에 바치기도 하고, 또 새집을 사서 이사 갈 때에도 팥죽을 쑤어 뿌리기도 했습니다. 충남 공주에서는 팥죽을 바가지에 담아 들고 울타리 주변으로 나가 숟가락으로 떠서 뿌리고, 당진에서는 팥죽 한 그릇을 떠서 마당으로 나가 솔개비(솔잎)에 팥죽을 묻혀서 대문에 세 번 뿌리는데 이렇게 하는 것을 ‘도액(度厄)한다’라고 합니다. 도액을 한 후에야 비로소 부엌의 조왕, 안방의 성주, 뒤란의 터주, 굴뚝, 식구들이 생활하는 방의 순으로 한 그릇씩 갖다 놓고, 한참을 두었다가 거두어서 식구들끼리 나누어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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