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고사 지내는 법. 동지 팥죽 뿌리기

동지고사는 동짓달(음력11월) 저녁에 각 가정에서 주로 주부가 제액초복(除厄招福)을 목적으로 집안 곳곳에 핕즉을 뿌리고 가신(家神)에게 팥죽을 올리는 세시 의례적 고사. 지방에 따라서는 팥죽제, 동지차례(冬至茶禮), 동지맞이라고도 합니다.

24절기의 맨 처음은 입춘이며 동지는 22번째에 해당합니다. 동짓날은 태양이 남회귀선(南回歸線)인 적도의 남쪽 23.5도, 즉 동지선(冬至線)에 이르는 때입니다. 이 날 지구의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깁니다. 하지로부터 차츰 짧아진 낮의 길이가 이날에 이르러서 가장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를 태양의 부활로 여겨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한 것처럼 하나의 명절(名節)로 삼았습니다. 동지를 아세(亞歲)라 한다든지 고대의 역법에서 설날로 삼았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후한(後漢) 때 최식(崔寔)의 <사민월령(四民月令)>에도 이날 조상에 대한 제사는 물론 존장(尊長), 군사(軍師), 기로(耆老) 등에 대하여 정월에 모시듯이 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周) 나라에서는 중동(仲冬), 즉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정했습니다. 또 『송서(宋書)』에 따르면 동지에도 원일(元日)과 같이 조하(朝賀), 향사(享祀)의 의식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당(唐) 나라의 선명력(宣明曆)에서도 갑자삭야반동지(甲子朔夜半冬至)를 역(曆)이 시작되는 기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역경(易經)』에서 동지를 태양의 운행이 시작되는 기점으로 보고 부괘(復卦)를 11월에 배치한 것도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동짓달을 한 해가 시작되는 달이란 뜻으로 자월(子月)이라 하고, 동짓달 열나흘날 밤을 섣달 그믐날밤처럼 제석(除夕)이라 한 것도 동지를 설과 같이 여겼기 때문입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권1에 따르면 당(唐)의 선명력은 이미 신라 때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고려에서도 이를 이어 쓰다가 1309년(충선왕 원년)에 원(元)의 수시력(授時曆)으로 바꾸어 씀으로써 폐지되었습니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인식했음을 짐작케 하는 풍습들이 보입니다. 관상감(觀象監)에서 이듬해의 달력을 만들어 임금에게 진상하면 임금은 이 역서(曆書)에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를 찍어 모든 관원[百官]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역서는 장정(裝幀)한 색깔에 따라 황장력(黃裝曆), 청장력(靑裝曆), 백장력(白裝曆) 등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황장력을 제일로 쳤습니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따르면 각 관아에서도 동지 전에 미리 준비해 둔 종이를 관상감에 주어 역서를 찍도록 부탁하고 이를 고향 친지 및 이웃들과 나누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궁중에서는 설과 동지를 연중 가장 으뜸 되는 축일로 여겼습니다. 이날에는 군신과 왕세자가 모여 회례연(會禮宴)을 베풀었습니다. 내의원(內醫院)에서는 관계(官桂), 후추, 설탕, 꿀 등을 쇠가죽과 섞어 삶아서 기름에 엉기도록 만든 전약(煎藥)을 임금께 진상하고 나누어 먹었습니다.

민간에서도 동지 무렵에 제주도지역에서는 귤과 감자, 평안도·함경도에서는 청어를 각각 진상하는 등 이날을 명일로 여겼습니다. 이 날 팥죽을 끓여 사당의 조상은 물론 집안 곳곳의 가신(家神)에게도 바친 뒤 가족들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설날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 한 살을 먹은 것으로 치는 풍습처럼 이날 동지팥죽을 쑤어 먹음으로써 나이 한 살을 먹은 것으로 치는 풍습도 여기에서 온 유습으로 해석됩니다. 이날 팥죽을 먹는 것은 팥의 붉은색이 액을 막고 잡귀를 없애 준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동국세시기』에는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를 인용하여 ‘공공씨(共工氏)의 재주 없는 자식이 팥을 두려워했는데 동짓날에 죽어서 역귀(疫鬼)가 되었으므로 팥죽을 쑤어 물리친다’고 하였습니다.

동지고사 지내는 법

 

동지고사는 매년 11월 동짓날 정해진 시에 지냅니다.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합니다.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지만 애동지에는 쑤어 먹지 않습니다. 애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속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애동지 때는 팥죽 대신 팥떡을 해 먹기도 합니다.

1. 동지고사에서 가장 중요한 제수는 팥죽입니다.

2. 팥죽은 먼저 팥을 큰 솥에다 넣고 한참 동안 고아서 퍼질 때쯤 쌀을 넣고 끓이다가 새알심을 넣고 다시 쑵니다. 이렇게 쑨 팥죽은 사당이 있는 집에서는 먼저 사당에 바쳐 차례를 지냅니다.

3. 그러고 나서, 성주신< 집을 짓고 지키며 집안의 모든 일이 잘되도록 관장하는 집안의 최고 신. 집을 짓거나 이사할 때, 대주 사망 후 새로운 대주가 생겨났을 때 탄생하는 등 대주와 운명을 함께합니다. 보편적으로 ‘성주(城主)’, ‘성조(成造)’, ‘성주신’ 등으로 부릅니다.>

조왕신< 불신[火神]으로, 부엌에서 모셔지는 신령. 부엌은 인간의 의지대로 불을 조절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자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난방을 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곳입니다. 부엌은 주부가 관할하는 곳이므로 조왕은 주부, 즉 시어머니 또는 며느리가 모시는 신령입니다. 민간에서는 이 신령을 조왕각시, 조왕할매, 조왕대신, 정지각시, 삼덕할망과 같이 여성 신격으로 모십니다. 그러나 무가나 불교계에서는 부부 또는 남성 신격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 신령은 가정에서 모시는 가신 중에서 성주, 조상과 함께 상위에 위치합니다.>

삼신< 출산 전 기자(祈子)의 대상으로 아이를 점지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산모 및 태어난 아이의 출산과 건강을 관장하는 신입니다. 삼신의 고유한 기능은 아이를 점지해주는 일이지만 아이의 건강과 수명을 관장하며, 출산 후 산모의 건강도 지켜줍니다. 그리고 각 가정의 제액초복(除厄招福)도 관장합니다.

용단지<신체뿐만 아니라 용신신앙 자체를 의미하며 용 또는 용신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용단지는 이름 그대로 신체가 옹기로 된 단지형태입니다. 한 개나 세 개를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두 개를 모십니다. 꺼칠용과 쌀용의 두 개로서 여자를 상징한다는 쌀용은 안용이라고도 하며, 이 안에는 쌀을 넣어둡니다. 남자를 상징한다는 꺼칠용 단지에는 나락을 넣어두며, 건용 또는 터용이라고도 합니다.>등

4. 가신(家神)들의 거처인 방·마루·광 등 집안의 곳곳에 한 그릇씩 떠다 놓고 대문이나 벽에다 팥죽을 뿌린 다음 먹습니다.

가신에게 팥죽을 바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각 가정의 주부가 하지만 사당에서 동지차례를 지내는 것은 집안의 남자들이 합니다. 사당에서는 팥죽 외에 과일 등 다른 제수도 함께 차려서 설과 추석 때처럼 강신(降神), 독축(讀祝), 재배(再拜) 등 순으로 차례를 지냅니다. 불교 신도들은 이날 절에 가서 동지불공을 드리기도 합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동네의 고목에도 뿌리고, 팥죽이 부글부글 끓을 때 그 국물을 떠서 곳곳에 뿌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집안에 잡귀의 범접을 막고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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