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는 당근, 양파, 고기, 목이버섯, 시금치로 야채 색상의 조화와 영양의 균형을 중시하며 기름으로 볶은 뒤 삶은 당면을 간장양념해서 볶는 요리입니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고 버무려서 완성합니다. 고명으로 참깨를 합니다. 쫄깃한 당면 식감과 야채와 고기 그리고 양념의 조화로 자극적이지 않아 많은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 요리입니다. 잔칫상, 명절상, 생일상에 자주 올라가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잡채의 '잡(雜)'은 섞다, 모으다, 많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채(菜)'는 채소를 뜻합니다. 잡채는 여러 채소를 섞은 음식이란 뜻입니다. 당면이 들어간 요즘 형태의 잡채는 1919년 황해도 사리원에 당면공장이 처음 생기면서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1930년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한글조리서 인 '음식디미방'에는 지금과는 달리 당면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갖은 재료를 일일이 채 썰어 볶아서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즙액을 뿌린 다음 천초, 후추, 생강가루를 뿌려 맛을 낸다고 잡채 만드는 법을 적고 있습니다. 즙액은 꿩고기인 생치를 삶은 국물에 된장 거른 것을 섞고 밀가루를 풀어 끓여서 걸쭉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잡채'라는 당면이 주가 되는 음식입니다. 외국에서는 한국 잡채를 국수의 일종으로 분류합니다. 잡채는 원래 당면이 아니라 꿩고기를 가늘게 찢어서 만들던 요리였습니다. 조리법은 간편하게 몽땅 한 번에 볶는 식도 아니고 찜이나 삶음 과정을 거친 뒤 젓가락으로 잡기 좋게 가늘고 길게 썰어내어 모양을 가지런히 내어 놓는 등 모양새 내는데도 상당히 정성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습니다. 이외에 찹쌀전병을 썰어 야채와 버무려 만드는 레시피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잡채는 기록이 많지 않고 월과채라는 비슷한 것의 레시피가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잡채에 대하여 단순히 재료를 각각 구별하여 썰어 넣는 요리로만 생각하나 잘못된 것으로, 원래 잡채요리는 대동법이 보편화하기 이전에 전국 팔도에서 진상한 재료를 각각의 특성에 맞게 다듬어 올리던 요리이었습니다.
잡채가 대중적인 요리였던 옛 중국과는 반대로 조선에서는 진귀한 궁중요리 가운데 하나였는데, 중국에서의 잡채는 대중식이자 생활식 요리였지만 조선에서는 수랏상에 오르는 요리로 궁중요리의 법도 자체가 팔도의 다양한 식재료를 고루 사용하는 것으로 다채로운 나물, 채소, 고기 등을 각기 따로 손질하여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요즘 흔한 당면잡채와는 달리하는 진미였다고 전해집니다.
궁중요리인지라 조선의 역대 왕들로부터 사랑받던 요리였지만, 특히 광해군이 이 잡채를 좋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광해군 시절의 문신 이충은 잡채 요리를 잘해서 광해군의 총애를 얻어 호조판서의 자리로 올랐고 우찬성까지 했으며, 죽은 뒤에는 광해군으로부터 우의정으로 추증받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충의 잡채 요리 비결은 다름 아닌 온실이었습니다. 그는 땅을 파서 넓은 방을 만들고 겨울철에는 안에서 채소를 길러 겨울에 구하기 힘든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광해군에게 바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잡채 덕분에 이충은 세간에서 "잡채판서" 혹은 "잡채상서" 등의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잡채조리법
재료
쇠고기(우둔) 120g, 마른 표고(중) 3개, 목이 10g, 도라지 100g, 당근 100g, 양파 ½개(100g), 오이(중) ½개, 달걀 1개, 당면 30g, 소금·후춧가루·깨소금 각 적량
(1) 간장(진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4작은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2)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3) 간장(진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쇠고기는 살로 결을 따라서 길이로 가늘게 채썬다.
▷ 표고는 물에 불려서 기둥을 떼어내고 가늘게 채 썰고, 목이는 불려서 한 잎씩 떼어 작게 썬다.
▷ (1)의 양념장을 만들어 쇠고기, 표고, 목이에 나누어 고루 무쳐서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서 식힌다.
▷ 오이, 당근은 4cm 크기로 납작하게 채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 도라지는 가늘게 잘라서 소금을 넣고 주물러 씻어서 (2)의 양념으로 무쳐서 볶고, 양파는 길이대로 채썰어 기름에 볶아서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달걀은 황백으로 나누어 지단을 부쳐서 채 썬다.
▷당면은 끓는 물에 부드럽게 삶아 내어 길이를 두세 번 끊어서 (3)의 조미료로 고루 무친다.
▷큰 그릇에 지단을 조금만 남기고 볶은 재료와 당면을 한데 넣고 고루 섞어서 그릇에 담고 위에 달걀지단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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